행복한 인생/汎旻齋의 마당에서

규범이의 고등학교 입학식

김종욱 2012. 3. 2. 12:21

 

규범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봄비가 내렸다.

기숙사에 갈 짐을 옮기느라 모처럼만에 하루 휴가를 내고 개학하는 규민이는 혼자서 학교에 가고 우리들은 학교가 있는 구미로 향했다.

이른 아침부터 설친 적에 입학식보다 한 시간은 일찍 도착해서 기숙사에 짐을 옮기고 기숙사 청소도 해주고 나올 수 있었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여서 전날에 들어온 학생들과 아침에 들어오는 학생들과 가족들로 기숙사와 학교가 많이 붐비는 하루였다.

우리나라이 고등학생들, 고된 공부에 시달여야 하는 3년의 시작이어서 마음이 좀 무겁다. 부모로서 기분이 그다지 좋을 수는 현실...

그나마, 본인이 선택한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어서 다행스러운 마음이 무거운 기분을 다소 가라앉혀 주었다.

 

 

입학식이 시작되는 10시 30분보다 10분 이르게 입학식장인 강당으로 갔다.  강당에서는 음향 테스트로 시끄러운 분위기와 함께 입학식에서 연주할 클래식 동아리 학생들의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학생의 수가 압도적인 학교여서 세 명의 바이올린 연주자와 피아노 반주자까지 모두 여학생들...  딱딱한 고등학교의 입학식을 부드럽운 분위기로 바꿔준 바이올린 연주는 Carlos Gardel의 탱고곡인 Por Una Cabeza.

 

 

 

입학식을 위해 도열한 학생들. 2, 3학년들이 양쪽으로 서 있는 가운데 신입생들은 중간 자리를 비워두고 입장을 시켰다.

 

 

 

ㅋ... 1학년이 입장하는 동안 얼마나 환호를 질러대던지 여고생들의 발랄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즐거운 장면이 연출되어 기분을 편하게 했다. 이렇게 열렬한 환영을 받는 신입생들은 기분이 무척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때와는 많이 달랐다. 혹은, 이 학교가 다른 건지...

 

 

 

 

여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어학은 여학생들이 더 적성에 맞고 더 잘한다는 특성이 이 학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남학생들의 존재는 여학생들보다 더 큰 키로만 존재하는 재미있는 모습이다. 숫자도 뒤에 보이는 정도가 모두이다, 대략 여학생 대 남학생의 비율이 3대 1정도 되는 것 같다. 약 25%가 남학생이고 이 시기에는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성적이 더 나은 편이어서 남학샏들이 기가 죽을 수도 있는 구조...

 

 

 

남학생들은 키로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대략 머리 하나 정도가 여학생들보다 더 큰 남학생들. 이 학생들은 규범이와 같은 반에 배치된 아이들일 것이다. 규범이의 학급 24명 중에 6명인 남학생들...

 

 

 

입학식을 마치고 교실로 이동해서 선생님을 기다리는 중이다. 창에 쓰여진 낙서가 웃음을 나게 한다. 추운 모양이다. 교실이...

"제발 부탁인데, 문 닫아"

 

 

 

가장 뒷 자리에 모여앉은, 딸랑 여섯 명의 남학생들... 여학생들 많은 학교에서 꿋꿋이 견디어 나가길... ㅎㅎㅎ

듬직해보이는 담임 선생님. 남학생들이 교과서를 나르러 간 사이에 선생님께서 유일하게 남아서 지켜보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내셔서 이야기하다보니 대학교 후배가 되는 셈이었다. 규범 엄마로 치면 사범대 후배로까지 압축이 되고...

 

 

 

교실에서 선생님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발길을 돌렸다. 이제 처음으로 집을 떠나 3년간은 기숙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고등학교 시절을 상상해보면서 학교를 나서는 마음에 허전한 느낌이 찾아든다.

입학하고 얼마간이 지나면 집이 그리워서 우는 아이들이 생긴다고 하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조금씩 찾아들 규범이의 외로움을 생각하면서, 하루 종일 학교에서 지내면서 이 젊은 날을 보내야하는 기분을 상상해보면서 더 허전해지는 기분을 달래며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교문을 나서면서... 외국어고등학교답게 영어로 걸려진 현수막.

" Your Dream Will Come True Here ! (여기에서 너의 꿈이 이루어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