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한옥이 아니라, 자그마한 단독주택에 사는 즐거움
어느 분이 남기신 후기처럼 율이네 집은 생각보다는 거창하고 번듯한 한옥은 아니었다.
사실 나도 미리보기에서 율이네 집이 작고 아담하지만 말끔히 다듬어진, 나름대로는 한옥의 고급스러운 맛을 가지고 있는 그런 한옥일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책을 구입했다. 그런 기대는 이제껏 책으로 자랑된 괜찮은 집들은 나름대로 건축비용이 만만치 않은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받아들고 찬찬히 훝어보니 그다지 고급스러운 느낌 혹은 많은 비용이 투자된 느낌보다는 있는 그대로에서 깔끔하게 정돈하고 사는 집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나는 도심지가 아닌 작은 소도시의 전원에서 마당이 넓은 농가주택 스타일의 재래식 가옥에 살고 있다.
율이네 집은 한옥에서 사는 즐거움보다는 작고 아기자기하게 가꾸어진 아담한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사는 즐거움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우리에게 행복감과 더 많은 확장감을 주는 집은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양옥보다는 아무리 작아도 마당이 자그마하게 펼쳐진 한옥 쪽이 더 가깝다. 집의 형태가 어떻든 최소한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이면 나름대로 딱딱한 분위기를 떨칠 수 있는 기본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율이네 집에는 그런 기본을 바탕으로, 그 안에 사는 이들의 정성스러움과 집의 가치를 즐길 줄 아는 감각이 담겨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대감과는 다르지만(기대감에 못 미치는 것이 아니다.) 재미있게 집을 활용하고 즐길 줄 아는 방식이 담겨져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책에 담겨져 있는 값어치는 단독주택에 직접 살고 있는 사람이라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작정 전원주택을 꿈꾸고, 혹은 규모상으로 번듯한 한옥을 동경하는 이들은 율이네 집에서 많은 실망을 느낄 수 있을테니 이런 분들에게는 전혀 권하고 싶지 않고 구입을 신중히 고민하라고 하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단독주택에서 무엇을, 어떻게 즐기며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아기자기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만한 책이다. 오히려, 작은 규모로 단독주택이나 농가주택의 즐거움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강력히 추천을 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에서 얻을 것은, 좋고 안락한 집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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