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 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 아름다운 인생/詩人 2004.02.27
별헤는 밤 -윤동주- 별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 아름다운 인생/詩人 2004.02.27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 아름다운 인생/詩人 2004.02.27
푸른 하늘을 -김수영- 푸른 하늘을 -김수영-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詩人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自由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自由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革.. 아름다운 인생/詩人 2004.02.27
木馬와 淑女 -박인환- 木馬와 淑女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 아름다운 인생/詩人 2004.02.27
소리의 혼 -황동규- 소리의 혼 - 강원도 산골에서, 마종기에게 -황동규- 서양물 설먹은 자답게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를 차에 모시고 다니며 듣는다. 소리의 혼이 베토벤 귀의 가로등을 모두 끄고 자신의 내장하고만 대화를 나누게 할 때, 내가 그 얘기를 엿듣고 있을 때, 소리의 혼이 언뜻 봐줘 급히 옆으.. 아름다운 인생/詩人 2004.02.26
조그만 사랑노래 -황동규- 조그만 사랑노래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 아름다운 인생/詩人 2004.02.26
즐거운 편지 -황동규-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 아름다운 인생/詩人 2004.02.26
錦江 -신동엽- 錦江 -신동엽- 제7장 여행을 떠나듯 우리들은 인생을 떠난다 이미 끝난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 지금, 이 시간의 물결 위 잠 못들어 뒤채이고 있는 병 앓고 있는 사람들의 그 아픔만이 절대한거, 굶주려본 사람들은 알리라,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철들면서부터 그 지루한.. 아름다운 인생/詩人 2004.02.26
차라리 짙어 오는 밤을 기다리며 -박병태- 차라리 짙어 오는 밤을 기다리며 -박병태- 지금은 어스름 해는 떨어지고 아른거리는 어스름 속에 그림자 잃고 떠헤메는 사람들 죄어드는 어둠에 몸을 떨면서 벗이여 골마다 벌마다 훤히 밝힐 아침을 기다리는가 하늘에는 타는 별 차라릴 짙어오는 밤을 기다리며 어둠이 깊으면 더욱 빛나.. 아름다운 인생/詩人 2004.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