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1일 2년 1개월간의 아파트 생활을 마치고 범민재로 다시 돌아왔다.
지금 구상하고 있는 범민재의 전체 형태가 완성되기까지는 아직은 많은 일들이 남겨져 있지만, 작년초에 시작한 본채 공사를 가을 무렵에 마치고 데크를 만들고 주방 가구와 붙박이장 등 나머지 준비를 연말까지 마무리하니까 아파트 전세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이 되어 설 명절 전에 이사날을 잡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입주 전에 아래채 철거를 마쳐서, 입주해서 살면서 철거 공사를 하게되는 번거로움은 면하게 된 것이다.
마당에는 여전히 공사 후에 남은 자재들과 두해 동안 비워둔 상태에서 마구 마구 자라난 나무들과 황량한 겨울 분위기가 가득히 채워져 있고, 아래채가 있던 자리에는 황토흙집을 직접 지어볼 빈터가 있어 조금은 허전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역시 아파트보다는 주택이 좋은 것 같다.
올해에는 황토흙집을 직접 지어보는, 기분좋고 설레임에 넘치게 하는 과제가 있어 당분간은 공사장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게 되지만 그래도 집일이 그 자체로 즐거울 수 있는 것이 주택 생활이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에는 집안일을 하는 것이 그다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해야될 일이어서 했던 것 같은데, 이젠 내 집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즐거움이 되는 걸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한편으로는 자발적이고, 스스로 계획하는 일들이 가지는 위력을 절감하게 된다.
범민재의 이스트 사이드.
설계를 하기 위해 황토흙집을 지을 위치를 대강 잡아보았다. 머리속에 구상하고 있던 540*380 크기의 터로는 무난한 것 같다. 철거를 할 때 기초가 들어갈 부분을 좀 더 파내고 위치를 잡아놓았다. 날씨가 풀려서 미장이나 조적이 될 즈음에는 옆집과의 경계벽을 미장하고, 시멘트벽돌로 조적을 해서 구들이 들어갈 줄기초를 만들 예정이다.
두 해 동안 이파리가 너무 무성하고 잡가지가 많아 통풍이 잘 되지 않은 탓에 병충해가 들끓었던 두 그루의 감나무와 산수유나무의 가지를 확 쳐냈다. 생각과는 달리 가지치기가 쉽지는 않다. 나무 모양잡기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우선은 통풍이 잘 되도록 안쪽가지와 윗쪽 가지들은 확 쳐버렀다. 좋은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행복한 인생 > 汎旻齋의 마당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 범민재의 봄꽃 (0) | 2014.03.12 |
---|---|
담장과 대문 도색하기 (0) | 2013.03.09 |
데크 골조 만들기 (0) | 2012.08.26 |
규민이의 벽돌쌓기와 망중한 (0) | 2012.08.21 |
음악방에 스크린을 걸다 (0) | 2012.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