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파리로 가는 여정
7/30일(월)
인천공항에서 샤를드골공항까지
어제 저녁부터 내린 비가 새벽엔 멎어있다. 오랜만에 내린 비 덕분에 공기가 시원하다. 그래도 아직은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땀이 날 정도로 기온은 여전히 높은 상태여서 날씨가 만만치만은 않다. 예년으로 친다면 아마도 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즈음에는 아침 저녁 기온만이라도 시원하게 바뀌어 있어야 한다. 슬쩍 그런 기대를 해본다.
3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샤워도 하고 마지막 남은 짐 갈무리도 하고서 출발 준비를 마쳤다. 콜택시를 호출했다.(5:30) 택시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캐리어를 질질 끌면서 골목길을 나서고 있는데 저 멀리 큰길가엔 택시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5:35) 문득 우리의 버스 출발지가 고속버스터미널인지, 시외버스터미널인지 조금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전에 부산김해공항으로 갈 때면 독특하게도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을 했었다. 최근에는 부산김해공항 출발편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이 대부분이어서 아마도 머리속에서 혼란이 온 것 같은데, 예약을 한 앱을 찾아보니 다행스럽게도 고속터미널('경주고속')과 시외터미널('경주')은 표현을 달리 해두고 있었다. 인천공항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고서야 안도를 한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버스는 6시에 출발 예정이다. 시외버스 앱으로 예약을 하면서 모바일승차권을 발권한 상태였지만 혹시나 싶어서 창구에 모바일승차권으로도 가능하냐고 물어봤더니 아저씨가 그냥 단말기를 가리키며 '휴대폰 번호 눌러보세요' 해서 눌렀더니 종이티켓을 발권해주신다.(5:45)
버스는 제시간에 출발을 했다.(6:00) 여전히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자리가 꽉 찬다. 천천히 출발하는 버스 창밖으로 익숙한 거리의 풍경을 보면서 문득 오늘이 월요일임을 머리에 떠올렸다. 월요일은 왠지 뻐근하고 부담스러운 느낌으로 아침이 시작되던 일상도 함께 떠올리면서 월요일 아침 출근을 준비할 시각에 다른 곳으로 떠나는 느낌이 문득 낯설게 느껴진다. 가끔 월요일부터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아침 일찍 교육이나 출장을 갈 때의 느낌이 이랬었나 싶다.
" 여행가는 설레임이 한껏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현지에서 사용할 외화를 환전하는 순간이다. 공항에서 환전을 하면 환율이 높게 적용이 되니 이번에는 미리 회사내에 있는 농협 창구에서 유로화를 환전해두었다. 프랑스 물가가 비싸니 조금 넉넉하게 환전을 했다. 빠닥한 신권으로 받은 유로화가 여행의 기분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
버스는 공항으로 가는 도중에 두 번을 쉬었다. 첫번째 정차는 낙동강휴게소. 출발한 지 한 시간을 조금 넘긴 시간인데도, 센스있게 아침식사 시간에 맞춰준 듯 했고 20분간 정차를 했다.(7:10~30) 나는 아침을 그다지 많이 먹지 않는 편이어서 육개장 하나를 시켜서 아내와 둘이 나눠 먹었다. 맛은 그저 그런 편이고, 반찬은 짜다. 요즘도 반찬을 짜게 해서 적게 먹게 하는 식당이 있나 싶었다. 두번째 정차는 용인휴게소. 아침을 먹고 출발한 지 두 시간만이다 이곳에서는 약 10분간 휴식을 한다고 했는데 그때는 비몽사몽간에 잠에 취해있었던지라 그냥 앉아서 계속 쉼을 청한다.
다시 버스는 한 시간 정도를 달려서 영종도로 들어선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을 거쳐서(10:20) 약 10분 정도를 더 가는 거리에 새로 생긴 제2터미널에 도착했다(10:30). 너무 일찍 도착했다. 원래 항공 출발은 14시 45분이었지만 차편이 적당치 않아서 11시에 도착 예정인 버스를 탔는데 모든 일정이 정시에 이루어진다고 해도 3시간 45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버스가 30분 일찍 도착한데다가 항공 출발이 30분 지연되다보니 4시간 45분 정도의 시간 여유가 생겼다. 시간이 남아도 너무 많이 남는다. 남는 시간엔 뭘 할까...
새로 생긴 인천공한 제2터미널은 제1터미널과 비슷한 구조이지만 군데군데에서 이전보다 진화한 느낌을 주는 포인트들이 보인다. 제2터미널의 항공사는 거의 대한항공과 Air France가 눈에 가장 많이 뜨일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공항청사를 확장하다보니 공항도 덜 붐비고 승객들의 수속들도 여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탑승수속 창구가 열리려면 1시간은 더 있어야 된다. 아내가 화장실을 간 사이에 '심심한데 저거나 함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Self Check-in을 시도했다. 창구의 앞쪽에 설치된 단말기에서 여권을 인식시키고 화면에서 예약 기록을 확인해서 클릭한 후 탑승권을 발행했다. 예약을 함께 한 일행은 한 사람의 여권을 통해서 명단이 함께 표시되지만, 안내에 따라서 일행 모두의 여권을 인식시켜줘야 한다. 자동으로 배정된 좌석도 확인이 가능하고 스스로 좌석 지정도 가능했다. 나름 편리한 방법인 것 같다. (10:45)
수하물 수속도 셀프가 가능하다. 아직은 시작 단계여서 그런지 직원들이 옆에 서서 도와주는데 절차가 간단하니 요령만 알면 쉬울 것 같다. 셀프수하물수속Smart Bag-drop 절차는 비교적 간단하다. 수하물을 창구로 가져가서 탑승권을 인식시키고 수하물을 옆으로 눕혀서 컨베이어에 올려준 후 수하물 검색이 끝나면 출력되는 태그를 수하물에 붙이고, 마지막에 출력되는 확인증을 수령하면 절차는 마무리된다. (11:10)
이제 수하물도 처리했고, 출국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해야할 일은 모두 마친 셈이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어슬렁거리다가 공항내를 혼자서 왔다리갔다리 하고 있는 도우미 로봇 발견.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했다. 도우미 로봇이랑 사람들이 노는 모습을 잠시 구경하다가 우리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앞으로 10일간 프랑스 음식을 먹으면서 느낄 그 '느끼함'에 대비하기 위해서 점심은 아내의 희망대로 냉면을 먹기로 했다. 공항 라운지의 상층에 여러 가지 음식점이 있지만, 우리는 평화옥이라는 한식집을 선택했다. 나는 육회비빔밥을, 아내는 비빔냉면을 시켰다. 가격은 만만찮다만, 식당 내부의 집기들이 범상치 않기도 하고, 음식도 정갈해서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 집의 육회비빔밥은 맛도, 질도 꽤 만족스러웠지만, 비빔냉면은 비추... (11:45)
식사를 마치고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보안검색대도 전반적으로 한산해서 여유롭게 검색을 마쳤다. 출국심사는 자동심사대로 가서 여권 인식, 지문 인식을 하니 간단히 끝이 났다. 시작한지 채 10분도 걸리지 않은 느낌이다. (12:30)
모든 수속을 마치고, 지금부터 탑승시간까지 약 두 시간이 남는다. 출국장 내의 공간에는 맥주를 한 잔 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정기적으로 공연도 하고 있어서 킬링타임을 하기에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면세점을 이리저리 다니면서 아이쇼핑을 해보지만, 항상 보던 그 물품들이 거의 비슷한 지라 조금 돌아보다가 게이트 앞으로 가서 앉아 쉬었다. 다행스럽게 의자도 전반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쉬는 데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항공기는 지연된 출발 시각 30분전에 탑승을 시작했다.(14:45) 앞으로 11시간 이상을 이 비행기 안에서 갇혀 지내야 되는데, 우리 좌석은 우측 3열 중에 안쪽 두 개이다. 통로쪽에 혼자 여행하는 여성 한 분이 앉아 있다보니 아무래도 움직임에 제약이 있다. 나는 전체 비행 중에 화장실에 가느라 한번 정도 일어선 것 같다. 긴 비행시간 중에는 수시로 통로를 왔다갔다 하면서 움직여줘야 몸이 덜 힘드는데 갇혀 있다보니 힘이 더 드는 것 같다. 비록 항공사 사정으로 지연이 되긴 했지만, 지연된 출발시각 만큼은 정확하게 출발을 했다.(15:15)
약 11시간의 비행 시간 중에 오후 5시(현지 오전 10시), 새벽 1시(현지 오후 6시)에 두 번의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프랑스의 항공사 답게 기내식은 모두 다 맛이 있었다. 그 외에 에피타이저로 샴페인과 식사와 함께 화이트와인을 함께 청했는데, 샴페인 한 잔과 화이트와인 두 잔을 먹고서 약간 취기가 있어서 두 번째 기내식 때에는 별도로 주류를 청하지 않았다. 간간이 스낵, 음료, 사탕에 아이스바(메로나)를 두 번 정도 제공해서 기내식과 간식을 나름 다른 항공사보다는 다양하고 재미있게 제공하는 듯 했다. 커피를 청할 때는 코냑을 넣어줄까 물어보기도 했지만, 화이트와인의 취기때문에 그냥 사양하기도 했다.
항공기는 현지 시각으로 19시 30분(우리나라 새벽 2:30)에 샤를드골공항에 착륙했다. 인천공항을 출발한지 11시간 15분 걸린 셈이다. 비록 출발은 35분 늦게 했지만 도착은 원래 도착 예정시간인 19시 35분보다 5분 앞서 도착을 했다. 도착에 앞서 휴대폰의 유심을 미리 국내에서 구입해둔 현지유심으로 교체를 했다. 현지 유심은 표시된 정가보다 많이 할인을 해서 판매하기에 가격에 크게 부담이 없다. 현지에서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평도 있는데, 나는 생각보다는 쓸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아내는 데이타가 거의 터지지를 않아서 유심 불량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상호 전화통화가 되는 점도 있고, 데이타 속도도 크게 느리지는 않아서 포켓와이파이를 쓰는 것보다는 더 편리한 점도 있는 것 같았다. 현지에서의 전화번호는 별도로 부여가 된다. 이 번호는 안쪽에 시리얼넘버와 함께 표시가 되어 있다.
* 포켓와이파이와 비교시 : (장점) 전화통화 가능, 가격이 비교적 저렴함 (단점) 포켓와이파이보다도 조작이 어려울 수 있음, 기종에 따라 안될 수 도 있음.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장으로 이동을 했다.(19:45) 여행을 할 때면 항상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장으로 가는 긴 복도를 지나는 이 시간은 마음 속에서 설레임과 동시에 불안감이 함께 앞서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혹시 이 길이 맞나, 혹시 입국하면서 문제는 없을까...하는 늘상 그렇고 그런 불안감을 가지지만, 항상 별일은 없었다. 낯선 이국에서 가장 처음 접하는 이국의 풍경이 이 통로를 지나가는 순간에 만나는 것들이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언어에 대한 불안감이기도 한 것 같다. 내가 소통이 안되는 언어를 쓰는 나라, 특히 내가 읽지도 못하는 문자를 사용하는 나라로 들어설 때면 그 불안감이 더해진다. 가이드를 따라 다니면 되는 패키지여행에서는 그런 불안감이 없는데, 자유여행에서 불안감을 더 느끼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그 불안감은 입국심사대로 들어가는 통로를 찾아가면서 반감이 되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샤를드골공항에서는 Sortie만 보고 따라 나갔다. 샤를드골공항에서 잠시 당황했었던 순간은, 같은 비행기에서 내린 많은 이들이 어느 순간 환승통로와 입국통로로 나뉘어지는 순간이었다. 갈림길에서 대부분은 환승통로로 가기에 짧은 순간 잠시 헷갈렸다가 입국통로로 방향을 틀었다. 이런 순간에 안심이 되는 것은 입구에 선 직원이 'Korean?'이라고 묻고, 방향을 안내해주는 그 친절함이다. 하여튼 샤를드골공항에서 나의 첫번째 불안감은 거기에서 끝이 났다.
전반적으로 입국심사와 세관검색은 다른 나라보다 더 자유로운 느낌이다. 사실은 엄격함과 자유가 공존하는 셈인데, 우리는 운좋게 자유로움만 맛본 느낌이다. 입국심사대에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입국심사관 한 명이 유난히 많은 질문을 해대고 있어서 아내가 뭘 자꾸 묻고 있다고 불안해하고 있고 나는 뭘 대답할까 머리속에서 영작을 해댄다. 운좋게도 그 순간에 우리 앞에 비어있는 심사대에 새로운 심사관이 한 명 추가되면서 줄이 바뀌었고 우리는 바로 입국심사를 하게 되었다. 이 사람은 그냥 여권 스캔만 하고 도장 찍고 말한마디 없이 여권을 돌려주고 끝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지문 스캔하고 사진 찍고 난리도 아닌데, 이 곳은 그런 절차도 전혀 없다. 수하물을 찾고서(20:25) 세관 검색도 그냥 통로를 지나쳐오는 것으로 끝이었다. 정말 간단히, 정말 빨리 모든 절차가 끝이 났다.
다음은 시내로 가는 르와시Roissy 버스를 타러 가는 순서이다. 버스 승강장을 찾아야 된다. 이전에 어디에선가 본 설명에서 입국 절차를 모두 마치고, 터미널 2E 출구sortie를 나와서 정면에 보이는 커피숍에서 왼쪽 방향으로 가면 버스 승강장이 있다고 했다. 정면에 보이는 커피숍은 찾았는데 그곳에서 좌회전해서 왼쪽 끝까지 갔는데, 결국 허탕을 쳤다. 원점인 출구 앞의 커피숍으로 다시 돌아와 Information에 문의해보니 커피숍 옆으로 직진하라고 안내해준다. 커피숍에서 좌회전이 아니고 좌측옆으로 나있는 길로 직진이다. 다시 커피숍으로 가보니 커피숍 왼쪽으로 직진하는 복도가 있다. 조금만 가니 곧바로 작은 버스 대합실이 보인다. 이 곳에서 여러가지 버스를 타게 된다. 르와시Roissy 버스 요금은 12유로이고, 15분 정도 간격으로 운행을 하니까 거의 바로바로 차를 탈 수 있는 수준이다. 대합실 복도에 있는 티켓판매기는 작동이 되지않고 있고, 안내판에 버스에서 직접 사라고 되어 있다. 버스 기사가 운전석에서 서서 티켓을 일일이 판매를 하고 있다. 버스는 곧바로 출발을 한다.(20:50)
버스를 타고 가는 풍경이 색다르다. 저녁 9시인데도 아직 날은 밝고 이제서야 겨우 해가 넘어가려고 채비를 하는 것 같다. 주변에 산이 없다보니 하늘이 무척 넓어보인다. 기온은 가을 날씨처럼 편안하다.
버스는 시내의 주요한 지점을 거쳐서 목적지로 직행해서 오페라극장 우측의 건너편에 도착했다.(21:30) 공항에서 오페라극장까지 약 40분 정도 걸린 셈이다. 오페라극장에서 숙소까지는 도보로 1km이고, 약 15분 정도 예상되어서 숙소 관리인과 약속한 10시까지 도착하는 데에는 차질이 없을 것 같다.
* 오페라극장(Opera de Paris) : 정식 명칭은 Opera de Garnier이고 건축가 가르니에의 이름을 따서 가르니에궁(Palais Garnier)라고도 한다.
오페라극장 앞에서는 시니어들로 보이는 한 무리의 커플들이 음악에 맞춰서 사교댄스를 추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심야로 넘어가는 시간인데 아직 날이 훤한 이 곳에서는 이런 활동들이 이루어진다. 그 아래 계단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삼삼오오로 앉아서 야외에서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어쨌든 우리는 늘상 그렇듯이 설레이는 마음으로 파리에 도착했고, 파리의 풍경에 편입을 했다.
도착한 첫날은 숙소에서 관리인을 만나서 안내를 받고 짐을 정리하고 11시 30분이 넘어서야 눈을 붙일 수가 있었다. 우리가 잠을 청한 시간은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하는 시간이니 비행기 안에서 그렇게 잠을 잤어도 다시 피로가 몰려온다.
숙박 파리, 1구 스튜디오-패딩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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