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인생/누키가족봉사대

가족봉사단, 민제의 집에 다녀오던 날

김종욱 2006. 11. 11. 21:04

 

 

 

 

  


‘누키봉사’를 하러가는 날이면 아침 일찍부터 아이들은 마음이 들떠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아이들은 원래 만나면 서로가 즐거워지는데다가 ‘누키봉사’하러 가는 날이면 그야말로 ‘떼거지’로 형, 누나들과 만나서 즐겁게 수다도 떨고 틈틈이 놀이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나들이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누키봉사’하는 날은 생전 처음 해보는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을 하는 기회까지 생기고 보니 왠지 기분까지 좋다. 그야말로 일거양득.
 
가족자원봉사단은 지난 7월에 발대식을 가지고 성격유형검사(MBTI)와 가족문화 특강도 들었다. 발대식은 좀 지루했고 성격유형검사는 시험을 치르는 만큼 많은 문제 때문에 어렵게 느껴졌지만 가족문화 특강은 부모들에게나 자녀들에게나 모두 에게 가족의 꿈이 무언지를 모두가 함께 생각해보게 한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았다. 8월에는 장애아동들과 함께 하는 물놀이 활동으로 첫 체험 활동을 시작했다.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몸은 좀 불편하지만 물놀이는 누키 어린이들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 달에 함께 하기로 한 문화재 가꾸기 활동은 세찬 비바람 때문에 결국 포기. 기대했던 봉사활동 나들이가 취소되어서 실망이 컸지만 비바람이 무섭게 몰아치니 포기할 수밖에......
 
9월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점심을 만드는 경주의 무료급식소에 가서 밥도 나르고, 반찬도 나르고, 설거지도 도왔다. 집에서는 별로 해 볼 기회가 없었지만 그 많은 그릇들을 펴놓고 아빠들과 함께 설거지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엔 그다지 어려운 구석이 보이질 않았다. 이젠 집에서도 엄마를 도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이 작은 체험 하나에서 비롯되는 순간.
 
추석을 며칠 앞두고 가족자원봉사단은 명절음식 배우기 활동을 했다. 요리전문가로부터 송편과 구절판 만드는 법을 배우고 직접 요리도 해보았다. 우리 가족이 모두 힘을 합치니 힘들어보이던 구절판도 제법 예쁘게 완성이 되었다. ‘이 멋진 걸 우리 가족들이 만들었다니... 대단할 걸...’
 
오늘은 경주에 있는 ‘민제의 집’에서 함께 모여 사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을 위한 맛있는 점심 식사를 엄마와 아빠들이 준비를 해서 대접을 하는 날이다. 오늘 점심으로 무얼 대접해야 어르신들이 좋아하실지 많이 고민하던 엄마와 아빠들은 미리 민제의 집 이상미 영양사에게 살짝 귀뜸을 받아 두었다.
 
“아마도 자주 못 드시는 음식 중에 한 가지를 하시면 좋아하실 거예요. 특히, 신선한 생선회 종류나 돼지갈비찜 같은 것은 자주 못 드시지만 좋아하시는 메뉴들이죠.”
 
다시 모임을 가지고 회덮밥을 해드리는 걸로 결정을 하고 맛있는 김치 겉절이와 야채전에 후식으로 떡과 과일까지 곁들이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준비에 들어갔다.
 
엄마들은 어제부터 음식 준비에 바빴다. 김치를 담그고 야채전을 부치느라 엄마들이 정신이 없는 사이에 아빠들은 틈틈이 어르신들과 함께 할 레크레이션을 준비했다. 오랫동안 처박아 두었던 장고를 꺼내 다시 한번 연습을 해보고, 내일 어떤 노래들을 들려드려야 좋아하실지 노래 곡목들도 주욱 적어보고, 어린 꼬마들은 모여서 귀여운 노래와 율동을 맞추어보고......
 
아침 일찍 미리 주문해둔 횟감을 찾아오고 정성껏 만든 음식들과 재료들을 갈무리해서 민제의 집으로 향했다. 민제의 집에 도착해서도 아빠들과 아이들이 미리 레크레이션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사이에 엄마들과 다른 아빠들은 주방에서 회덮밥을 준비하느라 부산하게 몸을 움직였다. 민제의 집은 예전에는 양로원으로 운영되다가 작년부터 시설을 새단장하고 노인요양시설로 형태 변경을 했다. 그래서인지 민제의 집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웬만한 사설  요양시설보다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점심시간이 되어 1층에 있는 주방에서의 음식 준비는 모두 끝나고 배식준비를 위해 팀을 둘로 나누어 2층에 있는 할머니 식당과 3층에 있는 할아버지 식당으로 옮겼다. 식당에 들어서자 한 할머니가 손을 덥썩 잡으신다.
 
“잊지 않고 자주 자주 들러줘서 고맙구마이. 지난번에는 바닷가로 나들이를 시켜줘서 얼마나 좋았는데 오늘은 이까지 회를 가지고 와주이 얼마나 고맵노 !”
 
지난 번 나들이때와 같은 자원봉사자는 아니지만 할머니께서 누키봉사대를 기억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회덮밥과 매운탕 그릇을 개인 식판에 담아 식탁으로 가져다 드렸다. 지병 때문에 특별한 식사를 드시는 어르신들은 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따로 준비된 식단을 함께 드렸다. 오랜만에 드시는 회덮밥이라 어르신들은 모두 한 그릇씩 신나게 해치우신다.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시는 도중에 문순옥 원장이 가족자원봉사단을 어르신들에게 소개를 하신다.
 
“어르신들, 오늘 점심 어떠세요 ? 맛있지요 ? 어르신들을 위해서 이분들이 이 맛난 음식 준비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겠습니까 ? 맛있으면 맛있다고 해주셔야 이 분들이 또 찾아 주시지요 ?”
 
어르신들이 그제야 저마다 ‘고맙소’ ‘맛있소’를 연발하신다. 준비한 음식이 맛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한 순간에 가신다. 어르신들의 식사가 끝나고 직원들의 식사가 끝난 후에야 가족자원봉사단은 서둘러 식사를 마쳤다. 그 사이에 어르신들은 한숨을 돌리고 오랜만의 레크레이션을 기대하며 모이셨다.
 

 

 

레크레이션 진행은 박종현 과장(1발 연료부)의 몫이다. 어르신들도 처음에는 약간 서먹한 듯 아이들의 율동과 노래를 조용히 지켜보시더니 노랫가락이 흘러나오자 그제야 덩실 덩실 춤을 추면서 직원들과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다.
한껏 열기가 오르던 즐거운 시간은 김선일 과장(1발 연료부)의 장고 연주에 이어 할머니들에게 장고채와 북채가 넘어가고 민제의 집 직원들까지 어울려 즉석 사물놀이판이 벌어지면서 절정에 치달았다.
어르신들과의 즐거웠던 시간은 다음 프로그램인 주말 예배 시간 때문에 아쉬움을 남기고 끝이 났지만 예배당으로 향하시는 어르신들의 얼굴에 즐거움이 가득한 모습을 보면서 가족자원봉사단은 아쉬움을 달랬다.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민제의 집 박남식 사회복지사의 인사말에서 가족자원봉사단은 활동의 의미를 다시 되새겼다.
 
“이 맑은 주말에,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놀러 가면 딱 좋은 주말인데도 아이들과 모두 함께 나와서 봉사활동 하시는 걸 보니 너무 보기 좋네요.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라겠네요.”
 
가족들이 함께 하는 봉사활동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다보면 오히려 나 자신이 더 좋아지고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는 활동이다.
게다가 봉사활동이 그 자체로 우리 가족의 즐거운 나들이 활동의 하나로 자리하게 되니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이 세상에 없다싶다.
가족자원봉사단의 의미는 그래서 더욱 커져만 갈 것 같다.

 

 

 

 

 

 

 

이덕미

담아가요^^** 오래된 사진에서 기억의 조각들을 꺼내봅니다.....그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도 짓고 예전의 모습이 아닌 지금의 아이들을 보며.....많이 컸구나...대견하기도 하지만....한편....벌써 세월이 이리 흘렀나싶어 이제 불어오는 가을 바람처럼...스산한것이....기분이 묘하네요.... 댓글 삭제 신고
2010.09.09 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