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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의 '33세의 팡세' 속에서 얻은 파가니니에 대한 간접 경험 | |||||
대학을 다니던 시절, 교내방송국에서 구독을 하던 문학잡지 중에 '文學思想'을 즐겨 읽었었다. 그 속에서 중단편 소설과 시들 그리고 다양한 수필들을 접하면서 드라마나 문학 프로그램의 소재를 찾곤 했었는데, 아마도 거기에서 처음 김승희라는 시인을 알 게 된 것 같다. 지식에 대한 동경이 강했던 대학 1학년 시절에 만난 김승희 시인의 수필 '33세의 팡세'를 文學思想'의 연재물을 통해 처음 접하면서 김승희의 필력에 대한 묘한 매력을 느꼈었다. 현대적 색채가 강한 그의 시는 사실 내겐 조금 어려웠었다. 시에서는 별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의 수필 '33세의 팡세'에는 내게 강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연재가 끝난 후 단행본으로 발간이 된 수필집을 통해 빠트린 부분들을 다 읽어본 후에는 그 수필집의 나의 소중한 애장본의 하나가 되었다. 이따금 문학 작품 속에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33세의 팡세' 속에도 그의 음악 체험담이 두어가지 정도가 있다. 이 수필의 내용 중에서 내가 가장 즐겨 읽어보는 부분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게 바로 파가니니의 무반주 바이올린 카프리치오에 대한 인상을 담아놓은 부분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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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번개처럼 강렬한 파가니니의 음악이 헤트폰에서 명멸하듯이 터져나왔을 때였다. 눈이 뱅뱅 도는 듯한 빠른 패시지를 가장 높은 음까지 한 활로 단숨에 켜고 그때 하나 건너의 음이 피티카토를 울리게 하는 그 절묘한 기교. 격렬한 운궁법. 거기엔 세계의 모든 푸른 꽃들이 금빛으로 흘러 넘치는 것 같았으며, 세계의 모든 불안한 감정들이 천재의 대담한 판타지 속에서 자유로이 마치 꿈과 같이 격동하는 것이었다. 파가니니. 무반주 카프리치오. 나는 넋을 잃고 음악 속에서 익사하여 벼랑 위에서 산산이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파가니니는 정말 악마와 계약을 맺었구나. 파가니니 자신의 연주는 초감각적인 작용으로 집단 최면을 거는 것 같았다고 한다. 항상 까마귀 처럼 검고 불길한 소문과 후광에 둘러싸여 살았던 파가니니. 마녀와 간통을 했다느니 아니면 악마에게 혼을 팔았다느니 하는 전설에 감싸여 마치 음악의 노예처럼 끌려다녔던 기분 나쁜 바이올린의 마술사의 그 불타는 눈. 사랑에의 정열과 노름에의 정열. 그리고 파산과 무서울 정도의 수전노 생활. 파가니니의 그 음악을 듣고 나는 고장난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빈액하고도 서투른 녹슨 물방울같은 몇 개의 더듬거리는 낱말을 주워모아 시 비슷한 조각글을 하나 끄적여 보았다. | |||||
어느 젊음의 일기책 위엔 네가 가득 그려져 있다. 삶아놓은 돼지 내장이나 곱창 같은 죽음의 재 같은 내 일상의 화산재 속에서 갑자기 발굴된 것처럼 솟구쳐 오른 태양의 악궁 '생명의 일기가 언제나 행복의 일기인 적은 없다'지만 마녀와 간통했다는 그대의 불타는 눈앞에어떤 불행이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을까, 감히 말이야, 나는 이런 말을 생각하네, Solarism ----- Solarism ----- 그대의 음악을 들을 때 나는 태양의 욕조 속에 몸을 담그고 영혼의 뼈를 하나하나 씻어나가지, 내 뼈 위에 태양의 무늬가 마디마디 박히면 나는 들판으로 나가 웃어도 좋아, 잃어 버린 열쇠는 그냥 잃어버려도 좋아 ----- 습작 <파가니니에게 바치는 Solaris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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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마술사가 묘사한 파가니니의 무반주 카프리치오 | |||||
이 글을 읽고 얻은 그 강렬한 느낌은 파가니니에 대한 동경으로 바뀌어 내게 남겨졌다. Rock을 즐겨 듣던 시기, 강렬한 느낌을 찾아다니던 시절에 만난 파가니니는 Rock보다 더 Rock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도대체 어떤 곡이길래 이렇게 강렬한 느낌을 이 시인에게 안겨주었을까 하는 호기심에 레코드점을 뒤졌다. 결국 대구시내에 있던 음악전문서점인 <동서음악사>의 레코드장에서 파가니니의 음반을 찾아냈고 곧바로 그걸 교내방송국의 스튜디오로 가지고 와서 플레이어에 걸어 보았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한 대의 바이올린이 뿜어내는 그 강렬한 느낌에 만족을 했고 나도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스물 네 곡의 무반주 바이올린 카프리치오...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얻었다는 그의 천재성이 만들어낸 스물 네 곡의 무반주 카프리치오는 바이올린 지망생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교범과도 같은 난해한 기교로 이루어져 있고 멜로디가 아름답기 때문에 정상급의 연주자들이 빈번히 연주하는 곡이기도 하다. 스물 네 곡의 현란한 연주는 가장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는 스물네 번째 곡으로 마무리지어 진다. 특히 스물네 번째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그 주제를 이용해서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광시곡'으로만들어 더욱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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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니니 (Niccole Paganini, 1782-1840) | |||||
이탈리아 제노바 태생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파가니니는 화물중개업을 하던 아버지로에게서 7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 그후에 제노바 극장의 바이올니스트 겸 지휘자인 A.체르베토와 산 로렌초 대성당의 악장인 G.코스타 등에게 사사하고 9세 때 첫 바이올린 연주회를 개최하였다. 처음에는 주로 교회에서 연주하였으나 1793년 첫 공개연주회가 성공하자, 13세 때 그 당시 이름을 떨치던 A.롤라의 문하에 들어갔으며 동시에 G.기레티에게 작곡을 배웠고 그 무렵부터 연주 여행과 초인적인 기교를 발휘하기 위한 난곡(難曲)을 작곡하기 시작하였다. 1799년부터 아버지의 감독에서 해방되어 루카에서 연주회를 열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북부 이탈리아 여러 도시를 순회하는 등 광범위하고 화려한 연주활동을 시작하였고, 1801년부터 1804년까지 어느 귀부인과의 동거 생활로 연주활동에서 떠나 어렸을 때 배운 기타에 열중을 하였다. 1804년 제노바로 돌아와 이듬해인 1805년에 연주활동을 재개해서 나폴레옹의 누이동생 E.B.바초키의 초대로 루카에 가서 연주회를 열어 대성공을 거두었고 그곳에서 궁정 오페라지휘자로 임명되어 3년간 머물렀다. 1813년 밀라노를 방문하여 한 시즌에 36회나 연주회를 가졌고 1815년에는 베네치아로 옮겨 그곳의 여가수 안토니아 비안키를 만나 두 사람 사이에 남자 아이가 태어났으나 2년 후에 헤어진다. 이 무렵부터 건강이 나빠졌지만 그의 명예욕과 활동력은 건강과는 반대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1823년에는 빈을 방문하여 이른 바 파가니니 선풍을 일으킨다. 1828년부터 국외 순회연주를 시도하여 빈, 베를린, 파리, 런던 등지에서 선풍을 일으켰고 이 여행을 통해 파가니니는 부와 명성을 얻는다. 1832년 경부터 건강이 나빠져 연주활동이 줄었으며 제노바로 돌아왔다. 그러나 1833년 파리에 갔다가 이듬해 귀국한 후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어 만년에는 거의 연주 불가능의 상태에 빠졌고 1840년 인후결핵으로 인하여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일생과 활동에 대하여는 과장되거나 은폐되어 전해졌기 때문에 불명확한 점이 많다. 파가니니의 연주법은 그 흐름을 직접 잇는 유파가 없어 그 자신 한 代를 끝으로 소멸을 하였다. 시볼리라는 단 한사람의 제자를 가르쳤을 뿐이며, 시볼리에게도 연주법의 전모를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명바이올리니스트처럼 자신의 유파를 형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주법은 현재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전해지지는 않았다. 그가 잘 사용했던 기법은 플라졸레트, 왼손의 피치카토와 스코르다투라 등이며, 그 밖에 스타카토와 레가토의 극단적인 분리 사용 등 화려하고 곡예적인 연주를 창조하였다. 그 기술적 확충에 따른 소산을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24개의 카프리치오'를 비롯한 다수의 소품 및 협주곡에서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모두 바이올린곡이며, 모두 어려운 기교와 즉흥적인 화려함에 특색이 있다. 강렬한 표현성은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슈만과 낭만주의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바이올린 협주곡 제1~6번, 바이올린과 관현악의 위한 '서주와 변주', 바이올린곡 '악마의 미소',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24개의 카프리치오' 등과 실내악곡인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6개의 소나타' 등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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