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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페지오네, 사라져 버린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 | ||||
슈베르트의 유명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플레이어에 걸면, 난 잠시 '아르페지오네'란 악기에 대한 그리움에 젖어 들게된다. 생긴 모습도 제대로 모르는 악기에 대한 감상에 젖어들도록 하는, 현실적이면서도 추상적인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곡에서 내가 느끼는 가장 아름다운 감흥이기도 하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막연한 동경, 그리고 내가 모르는 악기에 대한 쓸쓸한 느낌... 이런 느낌을 주는 아르페지오네라는 악기는 원래 1823년 빈에서 슈타우퍼 (G. Staufer)가 발명하였는데, 그가 부른 이 악기의 정식 명칭은 <기타아 첼로>(Guitarre-Violoncell) 또는 <사랑의 기타아>(Guitarre d'amour)였다. 기타처럼 8자 모양의 생김새로 6개의 현이 있는 기타와 비슷하지만 기타를 활로 그어 소리내 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악기로서 연주는 무릎 사이에 놓고 활로 켜는 방식으로 하였고 그래서 '기타 비올론'이나 '활로 켜는 기타'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려졌다. 기타와 같은 6줄(개방현 조율도 기타와 똑같은 E, A, D, G, B, E로 했다)로 이루어진 현악기이며, 24개의 지판(fret)도 있었다. 여러개의 줄을 한꺼번에 누르기에 용이하여 화음을 울리기가 쉬웠고 소리가 기타처럼 부드럽고 친근하였지만 활로 켜는 악기에 현이 6줄이라는 것과 지판이 있다는 것은 상당한 결점이 될 수밖에 없는데, 현의 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지판이 찰현악기 특유의 비브라토 연주에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기타와 첼로의 장점을 갖추어 한때 인기가 있었던 악기지만 그러한 점이 결국에는 결정적인 취약점으로 작용하여 만들어진지 몇년 안되어 사라졌고, 그 이후에는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란 작품명만으로 겨우 그 이름을 전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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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 ||||
슈베르트는 악기가 발명된 이듬해인 1824년에는 슈베르트의 나이 27세였고, 그 해 5월부터 10월초까지 헝가리의 에스테르하찌 백작 저택에 초대되어 머물었다. 여기서의 쾌적했던 생할 탓으로 정신적인 건강을 회복하였고 헝가리로부터 빈으로 돌아온 11월에 르페지오네를 위해 3악장 구성으로 소나타를 만들었다. 정식으로 이 곡의 악보가 출판된 것은 1871년으로, 그 당시부터 이미 아르페지오네는 자취를 감추고 있었으므로 바이올린과 첼로용 부분 악보가 같이 딸려 나왔다. 1886년 슈베르트 전집이 처음 발간되면서 비로소 '피아노와 아르페지오네 혹은 첼로를 위한 소나타'라는 정식 제목을 달았으나 연주에서는 이미 첼로가 아르페지오네를 대신하게 된다. 하지만 원래 아르페지오네는 첼로보다 높은 음역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소나타에는 높은 음을 풍성하게 쓰고 있어서 오늘날의 첼로로 연주하려면 매우 높은 기교가 요구된다. 작품 전체에 낭만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우수의 정감과 함께 슈베르트의 작품에서 흔히 드러나는 비장함이 곳곳에 배어 있다. 삶의 특질을 기쁨이라는 기본 정서에 두고 누구에게난 찾아오는 그런 류의 우울한 정서를 교차시키는 양면적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기쁨의 감정이든 슬픔의 감정이든 이 곡에서 느낄 수 있는 공통의 정서는 서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에 그윽한 삶의 향기가 풍겨지는 아름다움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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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악장
소나타 형식의 알레그로 모데라토이다. 피아노에 이어 곧 첼로가 우수를 머금은 제1주제를 노래하기 시작한다. 낭랑하게 울리는 첼로라는 저음악기의 독특한 음색이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그런 아름다움을 펼쳐준다. 제2주제는 좀 밝으며 전개부에서 자주 사용되지만 그러나 제1주제의 인상이 지배적이다. 코다는 미끄러지듯이 유연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슬픔을 간직한 첼로의 노래로 끝난다. 제 2 악장 아다지오는 첼로가 연주하는 칸타빌레 주제를 중심으로 하여 변주 형식의 부분이 전개된다. 마음껏 첼로의 저음으로 연주되는 이 가요 악장은 진주의 눈물 방울로 5선지에 적어 넣은 듯 눈부시게 영롱하다. 첼로뿐만 아니라 피아노도 그렇다. 슈베르트가 쓴 곡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제 3 악장 알레그레토이며 론도 형식이다. 쾌활함을 겉으로 드러내 보이지만 끝에서 다시 우수 속에 잠기는 첼로의 탄식은 깊은 인상을 아로새겨 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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