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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옮겨심기

김종욱 2013. 3. 17. 16:00

 

 

우리집 마당에는 새들이 자주 쉬어간다. 마당에 떨어진 씨앗들을 주워먹는 것인지 새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마당에서 연신 무안가를 쪼아먹으면서 이리자리 옮겨다니다가 또 다시 우루루 몰려간다.

그러다보면 가끔은 진하게 새똥들을 남겨두고 가는데 그 탓인지 마당에는 출처를 알수없는 나무들이 수시로 싹을 틔우고 자라난다. 마당에서 싹이 올라오는 나무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소나무와 박태기나무이다. 소나무는 집 뒷편에 워낙 큰 나무가 세 그루나 버티고 서있어서 일년내내 씨를 내리니 그렇고, 박태기나무는 원래부터 마당에 있던 그루에서 가을이면 가득히 땅으로 떨어지는 씨로 번식된 것이다.

하지만 출처를 알수없는 것은 느릅나무와 뽕나무이다. 느릅나무는 만만찮은 숫자의 어린 나무들이 해마다 마당의 이곳 저곳에서 올라오는데 아마도 새들이 번식시킨 걸로 생각된다. 무심코 자라도록 두었다가 너무 자라버린 느릅나무는 이제 베어내야할 정도인데 다 자란 나무를 베어내는 것이 마음에 편하게 와닿지는 않기에 자연 번식이 된 나무들은 어릴 때 미리미리 정리를 해야될 판이다.

어느 해엔가는 뽕나무가 마당 한켠에서 올라왔다. 새가 뿌린 씨앗인지 아님 먹다버린 오디 씨앗에서 올라온건지는 모르지만 이참에 흩어져있던 뽕나무 세 그루를 뒷켠으로 모았다. 뽕나무는 오디를 좋아하는 아내와 아이들때문에 모아서 제대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뒤란의 대밭 정리 후에 생긴 자그마한 공간에 모아보았다.

 

작은 언덕처럼 생긴 다각형의 공간에 담을 따라서 마당에 군데 군데 자라던 다섯 그루의 어린 나무들을 옮겨 심었다.  

 

 

 

모퉁이에서 집의 왼쪽 담장이 시작되는 부분에는 종류가 다른 세 그루의 뽕나무를 모아 심었다. 가운데에 있는 산뽕나무는 작년에 이미 오디가 달리기 시작했지만 이번에 옮겨심고 자리를 잡다보면 내년이나 되어야 오디가 달리게 될까... 지금으로선 제대로 자리를 잡는 것이 우선이긴 하지만...

 

 

 

모퉁이에서 뒷담장이 시작되는 부분에는 살구나무와 벚나무를 옮겨 심었다. 지금은 왼쪽에 보이는 것이 벚나무이고 오른쪽이 살구나무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단은 잎과 꽃을 피워봐야 제 종자를 가릴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해 가을에 시장에서 사두었던 무화과 나무는 겨울 내내 화분에 있어서 다시 잘 자라줄지 조금은 의문이지만 아직은 살아 있는 것 같아서 본채 앞 데크의 옆에 가까이 심었다. 잘 자라서 해마다 무화과 열매를 맛보는 재미를 안겨주기를 기대해본다.

 

 

 

이사올 때부터 마당 한켠에서 자라나던 오가피나무는 여러번을 옮겨심으면서도 살아남긴 했는데 자라는 것은 영 신통찮다. 열매는 없지만 오가피나무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나의 관심을 받고 있는 나무. 이젠 이 곳이 마지막 자리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 나무 역시 마당에서 가끔 싹이 올라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나무이다. 측백나무와 같은 계통의 노간주나무이다. 측백나무와 비슷해보이지만 측백나무는 잎이 부드러운 침엽수이고, 노간주나무는 짧은 가시같은 잎이 뾰족뾰족해서 만지면 따갑다. 마당에서 올라오는 두 그루 중에서 조금 큰 것은 앞쪽 화단에 우선 옮겨심었다. 좀 더 자라면 제 자리를 찾아가야겠지...

 

 

 

 

아직 조금 작은 요 놈은 좀 더 키운 후에 제 자리를 찾아서 옮겨 심을 요량으로 우선은 화분에 옮겨 심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나무들이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생명들인지라...

 

 

마당에서 제멋대로 싹이 올라오는 나무들을 두다보니 마당에 어린 나무들이 가득하다. 박태기나무는 보이는대로 잘라내야 할 판이고, 그나마 새로운 종자는 한 두 그루만 거두고, 그래도 모자라면 좀 자란 것들은 필요한 이들에게 분양을 해야될 판인데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사는 분들이 거의 없어서 그냥 뽑아서 버리게 되니 아깝긴 하다. 앞으로도 어린 나무들을 정리하는 일이 이 마당에서는 일상사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