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Again/제주도와 올레길
2007 한라산 오르기 (1)
김종욱
2007. 2. 22. 12:00
신혼 여행으로 처음 제주도를 찾은 이후 다섯번째의 제주도 나들이였지만 한동안은 봉사활동 프로그램 참가 외에는 여행을 갈 여유를 내기 어려웠던 우리 가족들에게는 모처럼의 나들이였다. 하지만, 제주도를 네 번 와보던 동안에도 한라산에는 한번도 올라보지 못했다는 생각과 눈 덮인 겨울산에서 마음껏 눈을 즐겨보자는 생각에 이번 제주도 방문의 중심은 한라산 등반에 두기로 했다.
사실, 한라산 등반이래야 어린 아이들 데리고 올라야 하는 탓에 제일 짧은 코스를 택해야 한다는 점과 동반자들의 대부분이 등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그냥 적절한 선에서 코스를 정했다. 작년에 한라산에 가려다가 아이들에게는 한라산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과 겨울 산행의 준비물이 만만치 않아서 지레 포기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제주도에 사는 이들이 그다지 걱정스러울 것이 없다고 안심을 시켜주었던 덕에 시도를 해보기로 작정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미리, 어른들에게 칭얼거리지 말고 제 스스로 산에 올라야 한다는 점을 사전에 다짐을 하고 약속을 해두었다. 예전에 규민이가 더 어리던 시절에 남산에 올랐을 때 산을 내려오면서 여러번 다리 아프다고 업어달라고 했던 점을 생각해 규민이에게는 미리 스스로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규민이가 좋아하는 레고 블록을 새로 사주기로 하고...
함께 간 이들은 동아리 회원 중 한 가족 4명 + 솔로 1명 + 우리 가족 = 9명.
이틀을 휴가 내고 주말 붙여서 3박 4일로 예정했다가 전날 저녁에 출발할 수 있으면 항공운임 할인율이 높아 여기서 절약되는 비용으로 하루 더 늘어나는 숙박비를 벌충하면 비슷한 비용으로 몇 시간이라도 더 여행 시간을 늘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 결국 목,금,토,일의 3박 4일 여행에서 수요일 저녁 늦게 출발을 하는 걸로 잡아서 4박 5일의 일정이 되었다.
출발하는 날
수요일에 최대한 회사 일을 빨리 정리하고 일찍 출발을 하고 가는 차편에서 김밥으로 저녁을 간다히 해결했다. 양산쯤에서 퇴근 무렵의 정체를 감안해 비교적 넉넉히 출발을 한 탓에 김해공항에도 여유롭게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공항 안에서 비로소 아이들은 오랜만의 여행에 대한 흥분감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공항에서 미리 예약과 좌석 배정을 완료해둔 내용대로 탑승권을 수령하고 수하물을 부치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앉아서 잠깐 탑승 수속을 기다리다가 아이들과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나서야 탑승 시간이 되었다.
규범이와 규민이는 얼추 2년 여만에 비행기에 올랐던가 ?
그동안은 비행기를 타고 가야할 여행은 거의 없었고 몇 년 전부터는 서울에 갈 때도 직접 차를 몰고 가기 시작해서 제주도로 갈 경우 외에는 아이들이 비행기를 탈 일이 없었던 듯하다.
특히 규민이는 별로 기억을 하기 힘든 나이에 탔던지라 좀 생소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처음 공항에서 실물 비행기를 보면서 놀라와할 때와는 달리 비교적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자동차 안에서도 그렇지만 규민이는 자리에 앉자마자 테이블을 관찰의 대상으로 삼고 열심히 접었다 폈다...
규범이는 카메라를 향한 표정 만들기에 여념이 없고...
규범이가 찍은 나의 사진.
아직은 느린 셔터 속도에 익숙치가 않아서 항상 흔들린다. 그나마 흑백으로 변화해서 약간은 느낌이 상쇄되었지만, 이런 흔들린 사진이나마 항상 '찍사'인 내가 사진에 등장하기 힘든 점을 감안한다면 감사할 노릇이다.
규범이를 잘 키워서 보조 '찍사'로 두면 앞으로 나도 사진에 자주 등장할 수가 있겠지...
첫날은 제주공항에 내려서 렌터카 찾고, 부식거리 사느라 마트 찾아다니고, 예약해둔 숙소를 찾아가다 보니 어느새 10시가 훌쩍 넘고 출출한 배를 '라보떼'로 해결하고, 남자들은 맥주로 술기를 보충하고 잠을 청했다.
예정된 코스가 제일 짧은 코스긴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다섯 시간을 아이들을 데리고 걸어야 하는 지라 다음 날을 위해서 난 맥주 한병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잠을 청했다.
한라산에 오르던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서 서두른다고 했는데도 결국 영실 입구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10시를 넘은 시각이었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탓에 주차비만 내고서 들어와 올라가면서 먹을 물과 심심풀이 군것질거리인 초콜렛, 사탕, 귤 2개 정도씩 나누고서 코스로 출발을 했다.
영실 코스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 시각은 10:26분.
조병각씨와 큰 딸 세진이가 앞장을 서고
3분이나 걸었을까... 벌써 0.5 Km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매표소 입구부터 잡은 거리 인듯하다. 차를 주차한 곳은 매표소 위쪽의 등산로 입구이니까 채 100m도 안 온 듯한데... (10:29)
이 표지판을지난 후부터 돌계단이 시작이 되고 경사가 서서히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그다지 힘이 들지는 않은 부분이다. (10:42)
그렇게 시작된 비교적 가파른 돌계단이 나무 수풀사이를 뚫고 아래의 풍경이 훤히 보이는 능선을 타고 이만큼이나 이어질 때까지도 계속되고 다리가 서서히 뻐근해지기 시작... (10:59)
언뜻 보기에는 꼭대기까지 다 올라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하지만 아직까지는 좀 더... (11:00)
위쪽 능선을 타고 다시 가파른 돌계단이 이어진다. 하지만 주변 경관이 확 드러나고 산세가 다 보여서 걷는 피로감을 한층 가시게 하는 시원한 산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1:01)
해발 1500m 지점에 도착한 세진이네 가족의 한 컷 (11:08)
서로 찍겠다고 실갱이를 벌이던 규범이와 규민이를 억지로 붙여서 둘이 한 컷. 숫자에 아직도 집착하는 규범이는 1,500m라는 수치에 계속 집착을 하고... (11:10)
규민이는 결국 혼자서 한 컷을 얻어내다. (11:11)
1500m 지점을 지나 다시 계단길을 오르는 도중...
규민이는 뭐 할까 ? (11:!4)
카메라를 들이대면 아닌 척 시치미를 뚝 때고 미~소~
어찌 되었든 다시 산을 계속 오른다. (11:16)
경희는 결국 아빠의 등에 업혀서 즐거워하고, 아빠도 아직까지는 즐거운 듯... (11:23)
세진이가 엄마의 손에 이끌려 산을 오르는 저 뒷편에 오름들이 쑥쑥 솟아 올라 있어서 제주도만의 장관을 펼치고 있다. (11:24)
아이들을 지키며 대열의 제일 뒤에서 낙오자를 챙기는 박병욱씨의 한 컷. 역시 뒤로 보이는 오름들이 너무 멋져서... (11:27)
사람은 빼고 머얼리 보이는 오름들만 담아 보니 역시 이채로운 풍경이다.
드디어 1,600m 표지석에 도착해서 또 한번 폼을 잡은 규범과 규민. (11:32)
한라산 중턱의 관목들과 머얼리 보이는 오름들. 나무는 바람에 시달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관목림을 어느 정도 지나서 다시 나무바닥으로 꾸며진 산길을 타고... (11:39)
오르면 오를수록 훤히 트인 경관이 압권이다. 내가 어디 쯤에 와 있는지 위치를 확인하는 세진이. (11:41)
훤히 트인 경사로가 끝나고 소나무숲이 우거진 길에는 눈이 남아 있다. (11:56)
소나무 수풀을 잠시 지나니 다시 확 트인 산 등성이가 나타나고 이곳에도 여전히 많은 눈이 남겨져 있다. (12:06)
확 트여진 눈길 너머로 머얼리 한라산의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그저 편안한 트래킹같은 기분으로 갈 길만 남았다. (12:09)
중간에 있는 샘물. 규민이가 이걸 놓칠 수가 있으리야. 쪼르르 쫓아가서 약수물을 맛보고... (12:12)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윗세오름 휴게소에 들어서는 순간. 한라산의 가장 짧은 코스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쉬웠던 느낌으로 목적지에 들어섰다. 영실 입구에서 윗세오름까지 약 1시간 50분 정도 걸린 셈이다. (12:17)
한라산 정상은 아니지만 오늘 올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인 윗세오름의 표시석에서 기념 촬영.
규범이도 규민이도 생각보다는 잘 올라와주었던 것 같았다. (12:25)
마누라와 나도 한 컷.
다시 우리 가족들이 모두 모인 한 컷. 산 위에서 이렇게 모두가 함께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거의 드문 일인지라 기념이 될만한 사진이다. (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