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Again/경주와 남산

남산 불곡-해목령-부흥사-늠비봉-포석암반-태진지 트래킹

김종욱 2012. 4. 15. 21:50

 

2010년 봄에 왕릉답사 프로그램으로 만난 이들과 함께 한 남산 트래킹.

 

제대로 봄이 온듯한 쾌청하고도 포근한 날씨에 세상이 온통 환하게 밝아진 느낌을 받으며 불곡에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트래킹을 시작했다. 아이들을 포함한 세 가족과 세 총각들까지 모두 14명의 멤버가 오전 10시에 불곡 주차장에서 만났다. 날씨가 제대로 포근하다.

 

 

 

초입부터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연초록의 신록들이 마른 가지에서 기지개를 펴고 있는 아름다운 봄날.

 

 

오늘 아이들을 이끌고 앞장서 나가는, 무지무지 '큰 아이' 인 월송님과 규민이 그리고 송은이와 류경이. 산에 익숙한 아이들이어서 산에서 깡총대며 잘도 뛰어 다닌다.

 

 

감실부처가 있는 입구를 알리는 대나무밭.

 

 

늘 친숙한 감실부처는 큰 바위를 파내 만들어 부처님과 집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다.

 

 

부처님 머리 위, 아니 지붕위에 성큼 올라앉은 규민이.

 

 

순하디 순하게 생긴 시골 아낙네의 얼굴같은 감실부처는 환하게 밝은 날에는 얼굴 윤곽을 제대로 보기가 힘들다. 적당한 그림자가 형성이 되어야 윤곽이 뚜렷해진다.

 

 

감실부처를 지나 해목령으로 오르는 길에는 나지막한 통나무 계단이 군데 군데 설치되어 있다. 경사가 완만해서 트래킹 코스로는 더없이 편한 길이다.

 

 

산 등성이에 군데 군데 피어오른 진달래를 보면서 오르는 길은 눈도 편하고 마음도 편한 길이다. 올해는 제대로 진달래를 즐기면서 산행을 해보는 것 같다.

 

 

 

 

첫번째의 휴식. 초등학생들은 그나마 깡총거리면서 활기차게 뛰어다니는데 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가족을 위해서 많은 휴식이 필요했다.

 

첫 휴식지에서부터 막걸리가 등장... 진달래 꽃잎을 하나씩 예쁘게 띄운 두견주로 오랜만의 만남에 건배 !

 

 

 

잠시 쉬고 다시 오르는 길. 역시 경사가 완만하고 소나무가 적당히 함께 하는 편안한 길.

 

 

 

조금 오르다 또 다시 휴식.

 

 

 

오늘의 포토제닉 !  근데, 초은이는 표정이 왜 이리 무덤덤한 것 같으까 ?

 

 

코스에서 벗어나서 다시 돌아와야 하는 위치에 있는 해목령의 게눈바위는 통과하고 반대 방향으로 나있는 산길로 가면 이렇게 큰바위를 만난다. 선두그룹의 아이들은 이 바위쪽으로 가고, 우리는 등산로를 따라 잠깐 가다 다시 만나지는 지점.

 

 

다시 길은 계단으로...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해목령을 지나서 남산순환로와 만나는 지점에 다다르기 직전.

조금만 더 가면 남산순환로를 따라서 하산 방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곳에서 또 다시 휴식. 오늘 코스는 원래 길이 편안하지만 어린아이들을 위한 휴식이 잦아서 전혀 힘들지 않은 코스가 되었다. 초등학생들은 거의 뛰어서 산길을 올라다니는 수준이고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온 가족만 약간 속도가 느려서 기다릴 겸 쉬엄쉬엄 가는 산행길.

 

남산을 즐기시는 분들이어서 준비도 다양하게... 아이들을 위한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도 두 통이나 펼쳐져 아이스크림에 빠져든 시간.

 

 

 

 

 

어른들은 또 다시 막걸리와 새콤한 물김치...

 

휴식을 끝내고 남산순환로를 따라서 내려가는 길로 코스는 이어진다.

 

하산 방향이어서 잠시 내려가니까 부흥사로 접어드는 표지석을 만난다. 항상 선두에 있는 아이들(오늘의 대장이신 큰 아이도 한 분 포함...)

 

여기서는 길들이 이렇게 이어진다.

 

남산에서 노랑제비꽃을 만나다. 우리집 마당에는 대부분 양남에서 옮겨진 보라색 제비꽃에 약간의 흰 제비꽃이 섞여 있는데, 노랑 제비꽃은 요기서 처음 만나다.

 

부흥사가 얼마 남지 않았네...

 

부흥사에 도착하기 직전의 왼쪽편 큰바위에 올라서서 보면 멀리 늠비봉 오층석탑이 보이는 자리.

 

멀리서 보이는 늠비봉의 오층석탑을 한번 보고서...

 

바로 부흥사에 도착했다. 초록색의 소나무와 신록들을 보다가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는 부흥사의 입구.

 

 

 

 

부흥사 윗쪽으로 난 계단을 올라서면...

 

 

 

경주시내의 오래된 벚꽃나무보다 더 큰 아름드리를 자랑하는 나이많은 벚나무들.

 

 

 

 

 

 

 

 

 

아줌마들...

 

아이가 어려서 아빠가 좀 힘들었지만 강인한 가족...

 

 

이곳에서도 벚꽃 사이로 멀리 늠비봉이 보인다.

 

몇 그루만으로도 이렇게 환한 벚꽃 풍경을 만들어내는 엄청난 벚나무들.

 

벚꽃 구경에, 사진찍기에 몰두했던 잠깐의 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늠비봉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곳부터는 살짝 등성이를 오르는 길. 아주 짧은 코스여서 그리 힘들지는 않다.

 

 

 

 

오랜만에 서보는 늠비봉에서, 탁 트인 하늘과 꼭같은 탁 트인 마음이 된다. 남산 전체를 기단으로 한다는 비유에 맞게 큰 바위들 위에 놓여진 오층석탑은 하늘을 향해 금방이라도 날아갈듯 탑신이 유려하다. 

 

늠비봉에서 바라보는 부흥사는 하얀 벚꽃이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아이들에게는 큰 바위가 놀이터가 된다. 이런 바위 하나만 집마당에 있으면 마음 편안한 놀이터가 될 것 같은데...

 

엄마와 규민이...

 

 

 

 

기단위에 올라서니 하늘에 우뚝 선 아이같은 규민이의 모습.

 

 

 

 

늠비봉을 뒤로 하고 점심을 먹을 장소를 찾아 하산길로...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중.

 

 

 

즐거운 점심시간. 먹거리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 사람들. 하지만, 느긋하게 앉아서 싸온 음식을 하나 둘씩 해결하고 있는 중이다. 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남은 음식은 모두 배로 이동시켜야지.

 

느긋한 점심시간을 정리하고 다시 하산을 위해 계곡위로 올라가는 중.

 

 

 

이제부터는 키 큰 진달래 나무들을 뚫고서 꽃 구경에 하면서 남산의 시원한 바람을 즐기면서 하산을 하게 된다. 선두에 선 아이들을 위한 포토타임.

 

하산길에서도 역시 늠비봉의 오층석탑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꽃잎을 따서 술에 푹 담구어놓고 싶은 아름다운 진달래 빛깔.

 

 

여기는 계곡 전체가 바닥이 암반인 포석암반이란다. 예전에 한번 와본듯도 한 풍경이지만 언제였는지 가물가물...

이 곳은 바닥 전체가 바윗돌로 이루어져 있어 자칫하면 넘어지기 쉬운 코스이다. 물이 있는 바닥은 이끼가 있어서 절대로 딛지 말아야 할 구간이다. 나도 한번 물 있는 바닥을 딛다가 넘어질 뻔...

 

 

 

 

 

 

이제 하산길의 마지막 부분. 배병우의 작품에 나옴직한 가지런한 남산의 소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걷다보면 내가 그 작품 속에 들어있는 듯한 행복한 느낌을 받게 된다.

 

스마트폰과 함께 하는 잠깐의 휴식.

 

 

 

 

다 내려오니 포석정으로 올라가는 순환도로와 만나게 된다. 반대로 오를 경우를 대비해서 입구를 기억해둬야지...

 

남산에 나 있는 자연관찰을 위한 표지판들은 매우 유익하다. 산에서 필요한 식물 관찰 정보가 군데 군데 있다. 이 곳에서는 진달래와 철쭉을 구별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포석정에서 지마왕릉으로 가는 작은 길에 탱자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탱자나무꽃을 보는 것도 쉽지 않지만 오늘은 유난히 화사하게 피어 있다.

 

 

요즘은 탱자나무로 만든 자연 담장이 눈에 꽂힌다. 이렇게 담장을 만들 정도면 꽤 오랜 세월을 다듬었을 터인데...

 

 

 

오늘의 종점인 태진지에 도착했다. 태진지와 그 주변에서도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오늘의 트래킹은 이렇게 끝이 났다. 불곡 입구에 세워둔 차들을 가지러 갔다가 동천동의 수라밀면에서 마무리...

오랜만의 봄날에 환한 느낌으로 꽃구경을 하면서 트래킹을 하고 나니 마음도 즐거워지는 느낌이다.

너무나 편안한 코스에 너무나 편안한 사람들과 함께 한 오랜만의 봄날 산행.

이 편안한 코스를 안내하고, 많은 음식들을 챙겨온 남산꾼들 덕분에 즐거웠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