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책읽기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만나는 이순신 장군

김종욱 2014. 8. 11. 12:03

2004~2005년에 KBS1-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본 후 인간적인 면이 보다 더 세부적으로 묘사되던 드라마 속의 이순신 장군에 매료되어 김훈의 원작소설 '칼의 노래'를 구입해 읽었다. 사실은 내쳐서 난중일기까지 샀지만 난중일기는 참고하기만 하고 전체를 정독하지는 않았다.

 

드라마에는 극의 재미를 위해 여러가지 역사에 맞지않는 내용과 다소 황당한 설정이 보이지만 그래도 원작의 영향인지 이순신의 인간적인 고뇌로 접근해서 어릴 적부터 꾸준히 역사극의 소재로 등장했던 이전의 이순신 장군 드라마나 임진왜란 드라마와는 차별이 되었다.

김훈의 칼의 노래룰 통해 읽어보는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매력는 놀랍다. 군인으로 보면 정치성을 완전히 배제한 온전한 야전군인이자 완전한 무인이라는 느낌을 가장 먼저 받게 된다. 예전에 박정희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을 역사적으로 부각시켰다고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박정희 대통령처럼 더러운 정치세계에는 발을 들일 수 없는 강직함을 가지고 있고 권력이나 명예에 대한 욕심이 없다.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이순신 장군을 입에도 담지 않아야된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순신 장군에게서도 중용이 느껴진다. 타협은 없다. 부하들과 백성을 사랑하면서도 군의 기강을 흐트리면서 전체에 해가 되는 행위에는 가차없는 처벌이 주어진다. 부정한 행위에도 가차없고 청렴하다. 그러면서도 상과 벌이 명확해서 부하들에게 따스한 관심을 보인다. 이순신 장군이 부하들에게 보여주는 리더십은 강함과 유연함의 중용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자신이 충성을 해야될 대상이 흔한 사람들의 그것처럼 임금이나 상관이 아닌, 국가 그 자체요 백성들이라는 점을 잘 알고 이를 꿋꿋이 지켜나갔다. 그가 나약한 선조 임금이 우려한 대로 임금에게 대항하는 역적이 되지 않고 전장에서의 죽음을 선택한 것도 임금은 곧 국가라는 생각에 기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백의종군을 하면서 어머니의 상을 당하게 되는 순간과 명량해전에서의 대패로 일본군이 이순신 장군의 가족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에서 전사하는 세째아들 이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순신 장군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상상하기가 어렵다. 소설에서는 남들이 보지않는 소금창고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가히 상상이 가는 광경이다.

 

이슌신 장군은 철저한 기록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문무가 모두 출중한 면에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가 임금에게 올린 장계에서 보여주는 결연한 문장들, 그가 남긴 유명한 시조, 그리고 그의 검명에서 이런 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