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의 힐링 (울산 항사랑병원)
침대에 누워서 시작하는 4일간의 힐링...
요즘 유행하는 마음의 힐링이 아닌 몸의 힐링을 위해서, 몸속에 십여년 자리잡은 오랜 방해물이 또 다른 비정상적인 상황을 낳고 나서야 제거를 결심했다. 이상 상태가 발견되고서도 펼쳐놓은 회사일과 집안일 그리고 자원봉사캠프 일정을 접지못해 석달 만에 힐링에 돌입...
진정한 힐링은 앞으로 한달간은 금주를 해야된다는 사실이 될런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대학 이후 30년 가까이 한달 이상을 금주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술이란 것이 대수롭지 않은 것 같지만,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고, 고되었던 회사일들과 집안 고민들을 마음 속에서 스트레스로 자리잡지 않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그 첫번째는 가족들, 두번째는 음악이었고 세번째가 술이었지만 이들은 상호보완적이다.)
나 스스로가 4일간의 병상에 누워본 것도 처음이어서 4일간을 (통증을 배경으로) 멍때리기만 해야된다는 것이 아쉬워 4권의 책과 3장의 DVD 그리고 음악이 가득든 외장하드 하나를 동반한 노트북을 싸짊어지고 왔다.
수술 첫날 저녁이 되니 나름대로 책읽기와 음악듣기가 가능해진다. 진득하게 엉덩이를 공격하는 통증을 잊기 위해 김훈의 '칼의노래' 다시읽기에 들어갔다. 지지난 주말에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명량'을 보고난 후에 간명한 문장으로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 고뇌를 상기시켜준 김훈의 책을 거의 십년만에 책장에서 다시 찾아든 후 이제서야 재독에 들어간다. 통증을 배경에 깔고 있는 나흘이지만 귀중한 힐링의 시간이 될 듯...
덕분에 퇴원 후에 바로 닥칠 행사 하나가 머리를 가끔 혼란스럽게 하는 것 외에는 견딜만하다. 잊어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