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인생/누키가족봉사대
가족봉사단, 옥산세심마을에서의 첫째날
김종욱
2006. 12. 16. 21:13
오랜만에 경주 안강에 있는 옥산세심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두 해전까지 홍보 업무를 하던 두 해전에 우리 회사와 일사일촌 도농교류 자매결연을 한 전통체험마을입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간간이 하루짜리 일정으로 다녀오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가족들과 함께 처음으로 1박을 하는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다녀온 명목은 가족자원봉사단의 첫 해 활동을 마무리하는 평가캠프를 겸한 내고장 문화체험 캠프라는 목적이었습니다. 1박2일간의 짧은 캠프지만 6가족이 함께 하는 캠프인데다가 연말의 바쁜 봉사대 운영 일정 때문에 좀 더 세심한 준비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캠프는 1박2일간의 전통 체험이라는 일정 속에 간단히 그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내년의 활동 계획을 잡는 일정으로 꾸미고 기타의 형식적인 행사는 하나도 포함시키지 않은, 그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습니다.
세심마을에 체험을 신청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는 전 이장님(지금은 '사무장'이라는 직책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총괄하심.)께 간단히 예약을 하고 틈틈이 체험 프로그램의 일정을 잡아 알려드리고 행사용품이라고는 현수막 하나와 카메라만 들고서 가족들과 옥산세심마을로 향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멀쩡하던 날씨가 마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슬비가 살랑~살랑~ 내리더니 바람이 몰아닥치는 날씨로 변해 버렸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그냥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바꾸어야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사무장님께서 그냥 첫 일정인 역사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일단은 그냥 가보자 싶어서 각자 민박집을 배정하고 첫 프로그램인 '역사탐방'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사무장님의 안내로 회재 이언적 선생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종갓집에 있는 '독락당'에서부터 탐방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곳은 세심마을의 주차장에 도착하면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종갓집의 대문입니다. 종갓집의 대문 앞에는 집안의 남자 어른이 말을 타고 집앞에 도착해 말에서 내릴때 짚고 내리는 네모난 모양의 댓돌이 있는데 이것을 하마대라고 합니다. 보통 안내는 종갓집 앞의 '하마대'(下馬臺)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대문 앞에서 '이리 오너라'를 해보고 성큼 대문 안으로 들어섭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서 대문 옆에 있는 작은 공간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아이들에게 이 곳의 용도가 무엇이겠느냐고 추측을 해보라고 하니, 저마다 '마굿간', '돼지우리', '헛간'이라는 다양한 대답이 나옵니다. 왼쪽은 마부 대기실이고, 사무장님이 서서 설명을 하고 있는 곳은 가마를 보관해두는 곳이락 하는군요.
조금은 미로같은 쪽문들을 두 개 지나면 이 종갓집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독락당(獨樂堂)이 있습니다. 예전에 날씨가 따뜻한 계절에 왔을 때는 이 곳에서 종갓집에서 해 준 저녁을 먹은 적도 있었습니다. 집에서 담은 전통 소주와 함께...
오늘은 날도 춥고 종갓집에 거주하시는 종손님과 종부님이 모두 출타를 하셔서 그냥 설명만 듣고 나왔습니다.
종갓집의 구석 구석을 둘러본 후에 5분 정도를 걸어서 옥산서원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서원 앞에 있는 작은 계곡을 넘어서서 세심대라고 불리우는 커다란 바위 위에서 설명을 듣습니다. 이곳이 이 마을의 지명이 유래한 세심대(洗心臺)입니다.
날이 저물어가고 빗방울도 간간이 내리는데도 아이들은 바깥 나들이의 즐거움에 젖어 있고, 재미있게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적어도, 요기까지는.....
옥산서원의 정문인 역락문(亦樂門)입니다. 사무장님이 "유붕(有朋而) 자원방래(自遠方來)하면 불역락호(不亦樂乎)라"라는 공자의 말씀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설명하며, "세심마을의 벗인 월성원자력에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토를 달아주시네요...
서원의 중앙에서 서원의 건물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서원에서 공부하던 유생들을 본받아 열심히 공부하는 정기를 이어받아 보라는 부모들의 바램인가요... 아이들만 이 곳에서 기념촬영을 한 컷 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부모님은 거의가 똑같지만, 올해 이 프로그램에 가족 모두와 함께 참여한 부모들은 공부만큼이나 봉사활동이 아이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함께 가진 이들입니다.
이쯤되면 아이들은 슬슬 춥기도 하고 역사공부가 약간은 지겨워지기도 합니다. 휴대폰 하나를 들고 모두 둘러 앉아서 무엇이 그리도 재미가 나는지 ???
이쪽에도 또 한팀이 휴대폰에 빠져 있습니다.
역사탐방은 갑자기 악화된 기상 때문에 시작을 늦게 한 탓에 옥산서원에서 날이 너무 저물어서 역사탐방을 종료했습니다. 원래 전체적으로 다 하게되면 정혜사지 10층석탑까지 가야되는데 이번에는 그곳까지는 못 가고 끝을 맺게 되었네요...
역사탐방 후에 각자 민박집으로 돌아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배도 많이 고팠지만 음식이 맛이 있어서 그릇을 싹싹 비워내니까 음식이 적은 것이 아닌가 미안해 하더군요... 맛이 있어도 탈인가요, 아님 너무 잘 먹어서 탈인가요. ^^;;;
이 곳은 종갓집에서 손님들에게 내어주는 방입니다. 한 방은 좀 넓고 이 방은 조금 좁긴한데 네 가족이 자기에는 딱 맞는 크기입니다. 이른바 한 간짜리 방인셈인데, 이 방의 이름도 '역락제'(亦樂齊)네요...
스트로보를 켜지 않고 찍은 버전입니다. 시골집의 저녁 분위기는 그냥 이렇게 컴컴하고 아무 것도 없이 제 분위기입니다. 티브이도 없고 그저 한옥에 가서 잘 때는 책 한권 들고 읽다가 골아 떨어지면 그만입니다. 머리를 식히기에는 제격이지요.
청송의 송소고택에서는 전통적인 이불이 너무 좋아서 마음에 들었는데 이 곳도 이불이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깔끔해서 분위기가 났습니다. 전통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라서 이불에 마을의 로고가 다 찍혀 있네요....
잠들기 바로 전...
낯선 곳에서 쉬이 잠들지 못하는 규민이와 한동안을 뒹굴고 다니다가 혼이 나기도 하는 것이 제 순서이고, 규범이는 몇 살 더 먹었다고 잠자리에서는 조용히 잠을 청하는 점잖은 모습을 보입니다.
둘은 집에서나 밖에서나 항상 같습니다.
다만, 집에서는 온 방을 굴러다니는 규민이가 더 이상 굴러다닐 곳이 없어서 그냥 꼼짝않고 자야될 판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랄까요...
이 날 밤...
잠을 편히 잔 것은 아닙니다.
외풍이 엄청 쎄더군요...
그날은 일어나서 별로 못 느꼈는데 저녁이 되어 보니 너무 노곤한 것이,
아무래도 이 방에서 잠을 설쳐서 그런 것 같네요.
사무장님은 종갓집에서 자면 무서울 것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이까지 와서 종갓집에서 자보는 것도 경험이고
게다가 행사를 진행하는 죄로 우리 가족이 희생양이 되었답니다.
근데, 우리 가족은 아무도 무서워하는 이가 없네요.
몇 번의 경험으로 한옥살이에 적응이 되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