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리길멘토링 1월 남산 종주
2014년을 시작하는 백리길멘토링의 첫 프로그램으로 '지리산 천왕봉 오르기'를 계획했다.
하지만 작년의 제주도 프로그램 중에서 겨울산행에 대비한 아이들의 복장 불량으로 실패했던 '한라산 눈꽃 등반'의 기억에
올해도 아이들과 함께 지리산을 오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획을 수정했다.
게다가 희진이가 학교 보충수업을 빠지기 어려워 토/일 이틀간의 프로그램 참여가 되질 않게되어 하루 프로그램으로 변경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점도 한몫을 했다.
지리산이나 한라산의 규모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하루짜리 프로그램으로는 남산 종주가 적합할 것 같아서 남산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관통하는 코스로 종주를 하기로 했다.
출발지를 상서장으로 잡고 해목령까지 1시간, 고위봉까지 1시간을 잡고 이영재쯤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고위봉을 거쳐서 용장으로 하산하기로 했다가
하산지를 고위봉에서 다시 돌아와서 칠불암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바꾸어 정했다.
이번에는 산내의 종찬이가 집안일 때문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전체 인원은 모두 8명.
아침 일찍 성동시장에 들러 점심으로 먹을 김밥과 족발, 순대 등을 사고
집에서 생수와 사탕, 귤같은 간식들을 챙겨서 출발지인 상서장으로 집결했다.
정찬희씨가 희진이를 고속터미널에서 픽업해오고, 가영이와 수빈이는 수빈이 아빠가 태워주었다.
그렇게 상서장 앞에 모여서 주차장에 있는 문창후 최선생 유허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 !
상서장 뒤에 있는 가파른 출발길을 오른 순간부터 나는 몸 상태가 심상치않음을 느끼고 자신감을 상실했다.
상서장에서 바로 오르는 첫 오르막이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생각보다는 너무 쉽게 숨이 차오르고 몸이 힘이 빠져서 이 먼 길을 끝까지 가겠나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처음부터 대열의 뒤에서 처지기 시작했다.
날이 생각보다는 차지않아 아이들은 씩씩하게 길을 차고 올라가는데
나는 조금만 경사진 오르막을 만나면 숨이 차서 오르막의 끝에서 쉬었다가
평지와 내리막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씩씩하게 걸어가는 루틴을 계속 반복했다.
그럴때마다 아이들은 잠깐씩 쉬면서 뒤쳐저오는 나를 기다렸다.
아, 늙어가는 몸의 비애여...
지난 가을의 지리산 둘레길에서도 괜찮았고 백리길희망원정대의 이틀간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가다 쉬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어찌어찌 해목령을 넘어서 금오정까지 이르렀다.
금오정 앞의 넓은 바위를 자리삼아 않아서 막 온기가 가셔진 순대를 간식으로 해치우고 있는 중.
금오정 앞에서 가볍게 간식을 먹고 출발하려는 순간이다.
날은 맑고 좋다.
그리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기온이다.
그런데 몸은 그리 힘들면서도 땀이 나질 않는다. 땀이 필요한데....
또 다시 천천히 후미에 서서 쉬었다 걷기를 반복하며 금오봉에 도착했다.
오르막을 오르는 순간은 힘든데 쉬면 또 다시 힘이 충전되는 희한한 상황을 반복하면서
금오봉에 막상 도착하고 보니 시간이 그리 지연되지는 않은 것 같다.
아이들의 속도가 워낙 빨라서 내가 느려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애들 속도를 따라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애들과 걸을 때 애들이 하는 불평은 불평으로 생각되지가 않는다.
금오봉에서 내려서서 순환도로를 계속 따라가면 서쪽으로 확 트인 전망이 펼쳐지는 삼화령을 만난다.
거기에서 쪽으로 펼쳐진 남산의 전망을 잠시 감상했다.
우리들의 다음 목표인 고위봉이 저 위로 보인다.
삼화령에서 다시 출발해 이영재를 거쳐 봉화대능선을 타고 가던 중에 잠시 휴식.
봉화대능선 동남산의 전경이 환하게 펼쳐지는 하늘정원이 이어진다.
하늘정원에는 자연이 만든 분재같이 작은 소나무들이 하늘아래의 정원을 만들고 있는 곳이어서 나는 하늘정원이라 부른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결국 고위봉 정상에 도착했다.
내려가면서 오르막을 한 두 군데 만나겠지만 일단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왔다는 안도감과
언제 와봤는지 기억도 가마득한 고위봉에 오른 기쁨...
우리 가족은 금오봉 정상에는 자주 서봤지만,
고위봉 정상에는 처음으로 함께 선 것 같다.
등산을 그리 즐기지 않는 우리지만 경주에서 오래 살고, 이젠 남산 가까이 살다보니
금오봉 정상에서 아이들이 어린 시절 함께 한 사진이 제법 있지만,
그 어리던 시절의 귀여움이 이젠 커다란 어른의 모습으로 바뀌어 고위봉에 처음 서게 된다.
신선암 부처님 앞에서도 나란히 한 컷 !
신선암도 탐방로가 바뀌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되는 탐방로인 탓에 지쳤을 때는 자칫 지나치기 쉬울 것 같다.
신선암에서 칠불암으로 내려가는 방향을 표시한 칠불암의 숫기와 안내판.
신선암에서 칠불암으로 내려가는 길의 초입에는 짧지만 무척이나 험한 바위길을 조심조심 내려가야된다.
칠불암의 일곱 부처상 앞에서...
길든 짧든 시험을 앞둔 우리나라의 고딩 셋에게 소원 한번 빌어보라고 몰아부침...
칠불암의 마루에서 잠시 휴식. 안에 들어갈까 생각하다가 차 한잔 하고 가라는 스님의 권유에 우루루 법당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스님이 우려주는 보이차를 마시면서, 스님의 이야기를 듣는데 중딩들은 무감한데, 고딩들은 스님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나보다.
생각보다는 공감을 하면서 스님의 이야기를 듣는 중...
스님 구하기 어렵다고 아이들에게 스님되고 싶은 사람 없느냐고 구인도 하시고,
출가라는 것이 인생의 부질없음을 젊은 시절에 깨우친 것이라는 이야기랑,
청도 운문사 이야기가 나와서 청도 운문사에서의 수행 시절 이야기도 하시고...
그 이야기 중에 수행 시절이 나를 살피는 것보다는 남을 살피는 것을 배우던 시절이었다는 이야기에
내가 공감할만한 작은 깨달음을 하나 머리 속에 넣고 오다.
칠불암에서의 휴식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 시간 정도의 하산 길을 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근처 식당에 들어왔다.
탕수육과 깐풍새우를 배불리 먹고, 짜장면과 짬뽕 한 그릇씩으로 마지막 남은 배를 채우고 오늘 프로그램은 마무리...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2월에라야 다시 만나게될 아이들...
이번 남산 종주 코스를 인터넷지도로 추정해보니 대략 15km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상서장 - (5.1km) - 금오봉 - (4.0km) - 고위봉 - (3.9km) - 염불사지 - (2.0km) - 화랑교육원 : 15km]
상서장 - (1.1km/40분) - 절터갈림길 - (1.3km/40분) - 해목령 - (0.3km/10분) - 순환도로 - (1.1km/32분) - 금오정 - (1.3km/40분) - 금오봉 -(1.5km/50분) - 이영재 - (1.4km/45분) - 봉화대능선 칠불암 갈림길 - (0.2km/5분) - 봉화대능선 백운재 갈림길 - (0.3km/10분) - 백운재 -(0.6km/20분) - 고위봉 - (0.6km/20분) - 백운재 - (0.3km/10분)- 봉화대능선 백운재 갈림길 - (0.2km/5분)- 봉화대능선 칠불암 갈림길 - (2.8km/95분)- 염불사지- (2.0km/30분) - 화랑교육원 입구